□ 주영한국문화원(원장 선승혜, 이하 ‘문화원’)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2025년 K-북 해외 홍보·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11월 9일(일)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한국계 미국 작가 수전 최(Susan Choi)를 초청해 특별 문학 행사 ‘문학의 오후(Afternoon with Susan Choi)’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 이번 행사는 부커상 최종 발표를 하루 앞둔 11월 9일, 런던 주영한국문화원에서 열려 팬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펭귄랜덤하우스 소속 시인이자 편집자인 사라 하우(Sarah Howe)가 사회를 맡아, 수전 최의 최신 장편소설『플래시라이트(Flashlight)』를 중심으로 작가의 창작 세계를 심도 있게 조명하는 자리가 되었다.

○ 20세기 아시아와 미국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국제관계 속에서 인간이 겪어낸 기억과 서사를 다룬 이 작품은 영국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다른 부커상 후보작보다도 서사의 스케일과 문학적 밀도에서 압도적인 힘을 보여준다. 행사에 참석한 수전 최는 단단하면서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청중과 진솔한 대화를 이어갔다.

○ 선승혜 주영한국문화원장은 “수전 최의『플래시라이트』는 지정학적·역사적 서사가 한 개인의 기억으로 다시 쓰이는 과정을 통해 예술로 승화된 ‘기억의 유산’입니다. 저는 루이자라는 소녀에게 정서적으로 깊이 공감했고, 20세기 한국·일본·미국을 오가며 축적된 기억을 함께 읽어가는 경험은 매우 특별했습니다. 부커상 최종 발표를 앞두고, 격랑과도 같았던 한국 현대사가 세계 문학의 언어로 승화되어, 소녀의 시각에서 단단한 힘으로 표현해낸 수전 최를 직접 만날 수 있어 더욱 뜻깊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 수전 최 초청 행사에서는『Flashlight』속에서 이름과 언어, 읽기와 표지판 같은 문자적 이미지가 정체성과 기억의 미로 속에서 섬세하게 작동하는 점도 함께 조명되었다. 이러한 서사적 장치는 언어를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니라 존재와 상처의 기억을 드러내는 매개로 확장시키는 요소로 평가되었다.

○ 이번 대담은 문학 창작의 윤리성과 서사적 책임, 기억과 실종, 가족과 정체성의 경계와 같은 복합적 주제를 다루며, 세계 문학계가 주목하고 있는 수잔 최의 작품 세계를 영국 독자들과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으로 구성되었다. 특히『Flashlight』는 2025년 6월 출간 이후, 곧바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문학상인 부커상(Booker Prize) 최종 후보(Shortlist)에 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 수전 최는『플래시라이트』의 첫 페이지를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루이자와 아버지는 방파제를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돌이 불룩하게 솟은 그 위에서, 해안에서 한 발자국씩 더 멀어질 때마다 신중하게 발을 내딛었다.”

○ 수전 최는 대담에서 “이 소설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 한국의 역사와 유산을 탐구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 안에는 단일한 진실보다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기억의 구조가 존재한다. 바로 그 복잡성이 이야기에 생명력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 기억과 정체성의 주제에 대한 대화에서는『Flashlight』가 역사적 사건과 개인의 기억이 교차하는 경계에서 태어난 작품이라는 점이 논의되었다. 수잔 최는 “기억을 재구성하는 행위는 단순히 과거를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윤리로 현재를 살아가야 하는지를 묻는 과정”이라고 강조하며, 작품 속 인물들이 기억과 윤리의 문제를 마주하는 서사적 긴장을 설명했다.

□ 부커상은 1969년 제정된 이래, 영어로 쓰인 최고의 장편소설에 수여되는 국제 문학상으로, 수상작은 전 세계 문학계와 출판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 받는다.

○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수전 최와 대담 이후 이어진 관객과의 질의응답에서는 이민자 가정의 경험, 정체성과 언어의 경계, 그리고 문학이 어떻게 개인과 사회의 기억을 형상화하는지를 두고 다양한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영국 현지 문학 독자 및 출판 관계자들은 물론, 한국문학 및 세계문학에 관심 있는 다양한 배경의 관객들이 참여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 런던정경대학(LSE) 유영진 교수는 “글이 속도감 있게 나아가는 부분과 거의 정지에 가까울 정도로 천천히 나아가는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둘 다 앞으로 나아간다는 점이 인상적이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수잔 최는 "좋은 관찰이다. 내가 어머니에 대해 쓸 때는 무척 길게 썼는데, 실제로 어떤 일이 많이 일어났다기 보다는, 특별한 일이 없었던 장면인데도 무척 길어졌다. 어떤 무의식적인 작용이 있는 듯 하다”

○ 특히 한 관객이 “분노를 글로 표현할 때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수잔 최는 “분노는 단순한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상처를 직면하고 언어로 전환함으로써 글쓰기의 치유력을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답해 깊은 공감을 얻었다.

□ 2025년 부커상 수상작 발표는 11월 10일(월) 영국 현지 시간으로 오후 9시 30분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 뉴욕타임스 런던 지국의 알렉스 마셜은 11월 6일자 칼럼에서 “『플래시라이트』에서 최는 루이자 가족의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이야기를 464쪽에 걸친 서사시로 확장했으며, 한국과 일본의 실제 역사를 다루었다. 그는 평론가 드와이트 가너를 인용하며 이 소설의 서사는 르포르타주나 교훈적인 역사 폭로처럼 느껴지지만, 수전 최는 소설가로서 역사가를 능가한다. 작품 속 한 인물의 말처럼 ‘그것이 바로 내가 살아남은 이유였구나(That was the sort of thing you stayed alive for)’라는 생각이 든다”고 평했다.

○ 문화원은 앞으로도 한국문학과 더불어 세계 문학의 주요 흐름을 함께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지속 기획하여, 문학을 통한 문화 교류와 감성의 확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